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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유럽의 책 마을을 가다



세계화라는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 이에  저항하면서 보다 ‘인간적인’ 생활을 찾는 과정에서 농촌과 서점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만났을까? _유럽의 책 마을 中에서..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2012년도에 나온 이 책을 난 이제서야 만나고, 읽었을까. 하기야 이제서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긴 것일테지. 프랑스 1990년대는 지금 한국사회와 비슷한 현실이었다고 한다. 하기야,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시차가 있을 뿐, 세계 곳곳이 쏙 빼다 닮은 형국일테지.. 


아무튼,이들은 내 이해와 언어로 한다면, 인문적으로 농촌을 재생하고 복원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주요한 도구는 책이며, 그들이 일구는 주요한 현장은 책방이다. 


책을 접하고 사랑하는 기회와 마음을 복돋을 제도와 환경이 빈약할 수록 우리는 책에서 멀어지기만 한다. 도서관, 대형 서점 같은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장터 같은 곳, 이웃 같은 곳, 작은 찻집이나 미술관이나, 품위 있는 서재나 재미있는 놀이터 같은 곳으로, 양떼와 우마가 어슬렁거리는 풀밭과 나무그늘 밑에서, 책을 만나고 구하는 그런 전원적인 이미지 속에서 책을 만난다._유럽의 책 마을 中


그래 결국은 '상상력'에 문제이며 이를 시도할 대담한 용기의 문제이다. 이들의 상상과 실험을 지켜보니, 하늘에 별이 쏟아지듯, 무수한 영감이 내 머리 속에 떠오른다. 



‘카페 드 코메르스’는 거래하는 장터 카페가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며 더러 사상까지 교류하는 마당이었다. 그는 거래라는 말을 상업적 의미로 듣는 것에 얼굴을 붉힌다. 그 말을 화통한 이라는 의미로 써야 한다며 건배를 권한다._유럽의 책 마을 中


난 그동안 '가게는 단지 상품을 팔고 돈을 버는 곳, 상품과 돈이 오가는 곳일뿐' 이라는 천박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인문적 가게, 인간적 가게는 가능하다. 문득 얼마전 '작은 책방 책 쫌 팝니다'에서 읽은 이오덕 선생님의 글이 자연스레 이들의 모습과 겹쳐졌다.

‘길가에 나뭇가지에 지붕 위에 온통 잡동사니 물건을 펴 놓고’ 하루 종일 부지런히 판다.

‘이슬을 사세요. 짹짹. 풀잎을 사세요. 짹짹, 희망을 사세요. 짹짹, 평화를 사세요. 짹짹

‘웃음을 사세요, 짹짹, 아가의 마음을 사세요 짹짹, 어른들도 가져가세요. 아이들도 가져가세요, 상표도 포장도 없답니다. 그냥 한아름씩 안고 가랍니다.’

‘하느님 물건을 파는 참새 (이오덕 글, 김용철 그림, 고인돌 출판사)



아래는 (내 책이 아니니 마음 속으로)그은 밑-줄, 

어쨋든 서점 주인 폴리뉴가 생각하는 진정한 성공의 비결은 역시 적절한 투자였다. 그 동안 대여섯 곳의 서점이 떠나고 주인이 바뀌었다. 폴리뉴는 외부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하려 해서는 곤란하며 애향심이나 막연한 의욕보다는 전문성과 성실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p 133


과거에는 미술이 오늘처럼 추상적 구경거리나 ‘쇼’처럼 일그러지지 않고, 삶과 자연을 기록하고 탐구하는 수단이었는 점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p 145


책장에서 저 책장으로 먼저 구덩이를 타고 넘어야 한다. 끈기만 있다면 잡초 속에서 찔레꽃처럼 함초름한 물건을 찾아내리라...p76



인기 뒤에 숨은 삼류 멜로와 권위라는 말에 가려진 진정한 탐구자의 언어를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을까?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은 결코 아니고, 그런 조바심이나 거저 얻으려는 초조한 허영심이 없는 독자가 늘어났을 때가 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도 멀리 있는 것보다 아름다움과 놀라움이 적지 않다는 데에 놀란다. 가까운 것이 먼 것을 해명한다. 물방울은 작은 바다이다. 한 사람 속에 모든 자연이 들어있다.”

_랠프 월도 애머슨 p291


“그래 미샤야 고맙다. 너니까 그래도 동양 아저씨가 친근할 줄 알고서 다가오고. 돈 많이 못 벌더라도 힘들 땐 고향으로 가거라. 여기 무슨 낙이 있겠니. 너도 언젠가는 고향이 좋다는 걸 알게 될거야. 아저씨가 세상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너희 나라처럼 좋은 데가 없더라. 넓은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상이 좁아도 할일은 많단다. 아저씨 또한 벌이가 신통치 않았고, 고향이 싫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더라도 내일 새벽에는 돌아갈 거란다.”p327


“그런데 왜 하필 삭막해진 농촌에 책 마을일까? 유럽에서, 농촌 문화라는 것의 틀과 고정관념을 깨고, 도시의 전유물처럼 된 책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아주 매력적인 시도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농촌이 언제 어디에서나 진정으로 대접 받은 적이 있었을까? 농촌은 언제나 사회가 재편될 때마다 최초의 희생향이 아니었던가? 그 흔한 자연재해에 따른 기아이이든, 인위적인 전쟁이든, 종교재판이든, 기계가 수공업을 대신하던 시대에 산업화에 따른 몰락이든, 아니면 요즘 처럼 세계화의 ‘쯔나미’ 앞에서든.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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