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문제의 심각성과 화급함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이 문제가 오늘날 2백 년 정도가 경과한 현대 산업 경제와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이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생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1세기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그야말로 지지부진이며, 그에 근거한 효과적인 실천과 운동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현실의 이론적 실천적 답보상태의 원인 중 하나는, 생태와 경제 문제에 대한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태도와 접근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는 이 문제를 탄소 배출권 시장을 형성한다든가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든가 하는 도구적인 합리성 차원에서만 접근하려고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산업 문명에 대한 도덕적 비판과 거부로만 문제를 환원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두 편향 모두에서 빠져 있는 어구가 있다. 바로 ‘우리 삶의 방식’이라는 문제이다. 이를 바꾸지 않고도 과연 기술적 장치 몇 개로 생태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또 우리 몸속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박은 산업 문명을 도덕적 비판으로 일거에 뽑아내는 것은 얼마나 가능한 일일까?
이 두 가지 편향을 모두 피해가려는 태도가 이 책의 미덕이다. 현재의 생태위기는 분명히 현존하는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근본적 성찰은 우리들 스스로가 신봉하고 있는 행복과 욕망과 좋은 삶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지점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적인 부분이다. 또 그러한 근본적 성찰이 도덕적 담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하여 현존하는 경제의 작동을 조절할 수 있는 대안적인 거시경제 모델과 이를 측량할 수 있는 대안적 회계 방식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또한 이 책이 지향하는 중심적인 방향이다.
이렇게 문제를 바꾸어놓고 보면, 우리의 생태와 경제라는 문제가 그 안에 복잡하게 꼬여 있는 쟁점들을 얼마나 많이 안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이러한 쟁점들을 피해가지 않고 우리의 현실 그대로 바로 대면하려고 하는 태도가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이다. 생태 문제에 대한 자기만족적인 기술적 해법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들, 또 도덕적 비판 일변도의 담론에 허망함을 느끼기 시작한 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실제로 바꾸어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함께 마련하고 싶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삶에 어떤 질서를 부여할 것인가-아테네인들이 ‘자치autonomy’라고 불렀던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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